외로움ㆍ 어려움 딛고 박사학위 취득...자연 및 산재 예방 연구에 주력
합천 해인초등 · 해인중 졸업...고향에는 부모 거주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종합 주립대학 강단에 서게 된 손창원 박사.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종합 주립대학 강단에 서게 된 손창원 박사.

 

합천 가야면 출신의 손창원 박사(40 · 사진)가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 (Texas A&M University)에서 활발한 대내외 활동과 함께 올해 산업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데 이어 텍사스텍 대학교 (Texas Tech University)의 산업제조 시스템공학과의 조교수로 임용돼 화제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따는 것도 쉽지 않지만 강단에 서서 한글이 아닌 영어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더욱이 세계 최고의 대학교육 시스템을 자랑하는 미국의 종합 주립대학 교수가 됐다면, 도전의식과 그동안 기울인 노력이 어떠했는 지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손 박사는 1981년 대구에서 태어나서 다섯 살 무렵에 부모와 함께 가야면 구원마을로 이사를 왔다. 해인초등학교를 1994년에, 해인중학교를 1997년에 각각 졸업했다.

이후 거창 대성고교를 2000년에 졸업한 뒤 서울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대학시절에 공부만 열심히 한 게 아니라 각종 교외 활동을 통해 리더십과 봉사정신을 향상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 서울 연합 영어회화 클럽인 서울 파인트리 클럽 (총재: 박명윤)에서 회장을 역임하며 리더로서 필요한 능력을 갈고 닦았다.

또한 흥사단에서 주최하는 전국 국토순례에 대학생 봉사자로 일하며 초·중·고 학생들이 우리 국토를 직접 발로 누빌 수 있도록 인솔했다.

손 박사는 2008년도에 한양대를 졸업한 뒤 울산 현대중공업의 조선안전부에 발령받았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6년여 동안 안전관리자로 일하면서 조선업의 산업재해 예방과 작업자들의 안전의식 향상과 관련한 여러 활동들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그는 현장에서 익힌 산업안전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에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의 안전공학 석사과정에 입학하는 도전을 했다. 2016년 안전공학석사 학위 취득과 동시에 동 대학 산업공학 박사 과정에 진학했다.

당초에는 연 1억원 가량 드는 박사과정 유학경비가 부담스러워 석사 학위만 따고 귀국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손 박사의 열정과 재능을 높이 평가한 러시아인 지도교수가 수제자로 육성하려고 학비 지원을 약속하면서 박사과정을 적극 권유했다.

지도교수는 지난해에 작고했는 데, 손 박사의 박사과정 이수에 필요한 나머지 경비를 예금해 둔 것으로 밝혀져, 손 박사 집안에 큰 감동을 안겼다.

손 박사는 5년간의 박사과정 동안에 재난 발생시 대응 조직의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에 대한 연구를 주로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이러한 연구 주제를 정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박사 학위를 하는 동안 손 박사는 총 9편의 논문을 안전 과학 (Safety Science) 등의 저명한 국제 저널에 출판했고, 여러 국제 학술대회에서 수상을 했다.

2020년에는 미국 인간공학회 (Human Factors and Ergonomics Society)로부터 차세대 리더 (Emerging Leader)에 선정됐다. 앞서 2019년에는 동 학회로 부터 최우수 학생 논문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유연성공학회 (Resilience Engineering Association)로부터 젊은 인재상 (Young Talent)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손 박사는 올해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산업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곧 이어 텍사스텍 대학교 산업제조시스템공학과의 강단에 서게 됐다.

그는 산업안전과 인간공학에 관련된 수업을 진행하면서 자연 및 산업 재해를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한 각종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의 직장에 근무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입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 데 따른 것이다.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가까이서 지켜 보면서, '어떻게 하면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을까'는 질문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 박사는 미국의 대학강단에 서게된 데 대해 “이 자리에 오기까지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을 보내주신 부모님, 장모님, 아내, 그리고 러시아인 지도교수께 큰 감사를 드린다”며 “낙망할 때 마다 희망과 용기를 주신 이분 들이 없었다면 아마 이러한 성취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의 오랜 유학기간 동안 외로움과 안전에 대한 연구의 어려움 등으로 포기하고 싶을때도 많았다”며 “그러나 그럴 때 마다 산업재해를 당한 과거 직장 동료 그리고 그 분들의 가족들을 생각하며 다시 힘과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느리지만 꾸준한 사람이 경주를 이긴다 (Slow but steady wins the race)'는 격언을 늘 새긴다”라며 “매일 매일 주어지는 시간들을 허투로 보내지 않고 매진하면 고향의 후배들 중에서도 저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룰 사람이 나올 것을 확신하며, 응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박사는 현재 가야면 구원마을에 살고 있는 손석우(71) · 서용호(70)씨의 1녀2남 중 장남이다.

지난 5월 중순에 합천군 가야면 구원마을 입구에 걸린 플래카드. 이 마을 출신 손창원 박사가 미국 주립대 공학박사 학위를 따고 교수로 임용된 것을 축하하는 내용이다.
지난 5월 중순에 합천군 가야면 구원마을 입구에 걸린 플래카드. 이 마을 출신 손창원 박사가 미국 주립대 공학박사 학위를 따고 교수로 임용된 것을 축하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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